2026년 08월 14일 Friday

[대한민국 정책주간지 ] 세계 두드린 청년 장제사들 “정답 없는 일 말이 믿어줄 때 가장 행복”

정책 전문 에디터기자 · 2026.08.14 15:50 · 2026.08.14 16:55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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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표 부처 : 대한민국 정책주간지
보도 일시 : 2026.08.14

2026 국제장제사대회’에서 정예강(왼쪽) 장제사는 초급 부문 종합 준우승을, 김선재 장제사는 편자 제작 부문 준우승을 차지했다. 사진 C영상미디어 40도가 넘는 장제실, 화로에서 막 꺼낸 쇠붙이가 붉게 달아올랐다. 모루 위에 올려진 쇳덩이를 장제사의 망치가 내려칠 때마다 둔탁한 금속음이 공간을 가른다. 불꽃이 튀고 망치가 부딪칠 때 쇳덩이는 조금씩 형태를 바꿔간다. 장제사의 얼굴에서 땀이 뚝뚝 떨어질 즈음 단단한 금속덩어리는 서서히 곡선을 갖추며 말발굽에 맞는 편자로 완성된다. 장제는 말마다 다른 발굽의 모양과 걸음걸이, 체중과 운동량을 살펴 가장 알맞은 편자를 만들어내는 고도의 전문 기술이다. 편자의 작은 차이에도 말의 균형이 흔들리고 작은 오차 하나가 경기력은 물론 부상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장제사는 눈에 보이지 않는 말의 움직임과 해부학적 구조, 보행 특성까지 꿰고 있어야 한다. 그래서 장제의 세계에서는 오랜 시간 현장에서 쌓아온 ‘손끝의 경험’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경험과 숙련이 실력’이라는 통념을 깨고 세계무대에서 가능성을 증명한 젊은 장제사들이 있다. 지난 5월 뉴질랜드 오클랜드에서 열린 ‘2026 국제장제사대회’에서 정예강 장제사는 초급 부문 종합 준우승을, 김선재 장제사는 편자제작 부문 준우승을 차지했다. 국내 장제사가 100명 남짓인 현실에서 이들의 성과는 더욱 값지다. 두 장제사는 어떻게 세계무대까지 올라섰을까. 정예강 장제사의 손. 정 장제사는 “장제사에게 흉터는 일종의 훈장이자 일상”이라고 말한다. 사진 C영상미디어 두 사람이 출전한 종목이 서로 다르다. 정예강: 초급(Novice) 부문에 출전했다. 해당 부문은 총 3개 종목으로 진행되는데 심판이 요구하는 형태와 규격에 맞춰 편자를 제작하는 종목, 평철을 이용해 특정 형태의 편자를 제작하는 종목, 그리고 실제 말의 발굽을 다듬고 편자를 적용하는 장제 종목이다. 두 종목에서 3위를 차지했고 최종 합산 결과 초급 부문 종합 2위에 올랐다. 김선재: 3/4 풀러드 편자 제작 및 시편(3/4 Fullered Shoeing and Specimen) 종목에서 2위를 차지했다. 이 종목은 가열한 쇠를 두드려 편자의 형태를 만들고 못이 들어갈 홈과 못구멍을 정밀하게 가공하는 경기다. 편자의 균형과 정확성, 마감 상태, 못구멍의 위치와 각도 등 제작 전 과정의 완성도를 종합적으로 평가한다. 특히 제한된 시간 안에 도면에 맞는 편자를 제작해야 한다. 장제사의 실력을 가장 종합적으로 보여주는 대표적인 경기다. 첫 국제대회 출전이었다. 정예강: 평소 해외 장제사들의 역량이 궁금했는데 직접 실력을 겨루며 많은 것을 배우고 성장할 수 있었다. 해외 장제사는 교육 시스템부터 달랐다. 전문 교육기관에서 장기간 훈련을 받은 사람이 많았고 장제 기술과 도구 활용도 체계적이었다. 이번 대회를 계기로 기술을 더 갈고닦아 세계 어디서도 경쟁할 수 있는 장제사가 되고 싶다는 목표가 생겼다. 김선재: 미국, 유럽 등 주요 국가와 비교하면 국내 장제 분야는 아직 성장 단계에 있다. 현재 공식 등록된 국내 장제사는 약 100명 정도이고 실제 활동하는 사람은 70명 남짓이다. 규모는 작지만 경쟁력은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국제무대에서도 한국 장제사는 손이 빠르고 꼼꼼한 것으로 인정받고 있다. 교육과 지원이 조금만 더 뒷받침된다면 해외 무대에서도 충분히 통할 수 있다. 말 산업의 성장과 저변 확대에도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김선재 장제사. 사진 C영상미디어 장제사라는 직업을 택한 이유는. 정예강: 스무 살 때 한국마사회 불법단속 부서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처음 말을 가까이에서 접했다. 경주마를 보며 ‘말과 관련된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다 우연히 유튜브에서 장제사 영상을 봤는데 쇠를 두드려 편자를 만드는 모습이 너무 멋있었다. 군 입대 전 장제사 국가자격시험 필기시험에 먼저 합격했고 전역하자마자 장제 교육생으로 선발돼 지금까지 왔다. 김선재: 군 복무 중 진로를 고민하다 우연히 장제 영상을 봤다. 역동적인 장제사의 모습에 완전히 매료됐다. 이후 2025년 한국마사회 장제아카데미 1기로 선발돼 이론과 실습을 체계적으로 배웠고 장제사 국가자격도 준비했다. 1기 수료생이라는 자부심이 크다. 손과 팔에 흉터가 적지 않다. 정예강: 장제사에게 흉터는 일종의 훈장이자 일상이다. 무거운 말 다리를 붙잡고 날카로운 장제 도구와 뜨겁게 달군 쇠를 다루다 보니 상처를 피하기는 어렵다. 작은 상처는 다친 줄도 모르고 일할 때가 많다. 말이 갑자기 발을 구르거나 몸을 틀면 예상치 못한 부상을 입기도 한다. 처음에는 놀라기도 하고 아팠지만 지금은 작업의 일부라고 생각한다. 망치를 쉬지 않고 휘두르니 팔 힘이 엄청날 것 같다. 김선재: 의외로 힘보다 자세가 더 중요하다. 편자를 만들 때는 망치질과 가공 작업 때문에 팔을 많이 쓰지만 실제 장제 작업에서는 허리와 하체를 훨씬 많이 사용한다. 힘으로 밀어붙이는 작업이 아니라 정확한 자세와 균형이 기술이다. 일반 편자는 앞발 하나 기준으로 약 10~15분 정도면 제작할 수 있지만 특수 편자의 경우 말의 상태에 맞춰 세밀하게 제작해야 하기 때문에 보통 30분 정도가 걸린다. 말과의 교감도 중요할 것 같다. 정예강: 말을 이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같은 말은 한 마리도 없다. 낯선 사람에게도 쉽게 다가오는 말이 있는가 하면 작은 소리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말이 있다. 그래서 작업에 앞서 말의 성향과 상태를 세심하게 살피는 과정이 필수다. 수백㎏에 달하는 말이 순간적으로 몸을 틀거나 발을 차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장제사는 말의 행동을 관찰하며 긴장을 풀어주는 데 집중한다. 충분한 신뢰가 생기면 말도 자연스럽게 발을 맡긴다. 그 순간이 가장 행복하다. 정예강 장제사. 사진 C영상미디어 장제를 잘했는지 어떻게 알 수 있나. 김선재: 걸음걸이를 통해 어느 정도 판단할 수 있다. 장제를 하기 전과 후의 움직임을 비교했을 때 원하는 방향으로 보행이 개선됐는지, 발을 디디는 방식이 달라졌는지를 살펴본다. 또 말을 타는 사람들의 의견도 중요하다. 장제 전후로 변화가 있는지 물어보고 말이 더 편하게 움직이는지 확인한다. 치료를 위한 장제도 있다고. 김선재: 발굽은 말 건강의 출발점이다. 발굽에 문제가 생기면 다리와 관절에까지 부담을 줄 수 있다. 그래서 발굽이 비정상적으로 닳거나 발의 균형이 무너진 경우에는 편자의 모양과 각도를 조정해 체중이 고르게 분산되도록 돕는다. 또 부상이나 질환으로 통증이 있는 말에게는 일반 편자가 아닌 특수 편자를 사용해 발굽의 부담을 줄이고 회복을 돕기도 한다. 편자는 자주 갈아줄수록 좋은 것인가. 정예강: 말의 종류와 생활방식, 운동량에 따라 장제 시점과 방식은 달라진다. 경주마는 강도 높은 운동을 반복하기에 발굽 마모가 빠르고 경기력 유지와 부상 예방을 위해 보통 3~6주 주기로 정기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승용마는 운동 강도와 활동 환경에 따라 관리주기가 달라진다. 관상마는 외형과 건강 유지에 중점을 두고 장제를 진행한다. 사용하는 편자의 소재 역시 말의 특성과 목적에 따라 달라진다. 경주마는 빠른 움직임을 위해 가볍고 부담이 적은 알루미늄 편자를 주로 사용하고, 승용마는 안정성과 내구성을 고려해 철 편자 등 적합한 소재를 선택한다. 장제사를 꿈꾸는 후배들에게 조언한다면. 정예강: 쉽게 질리지 않는 직업이라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이다. 겉으로 보면 매일 비슷한 작업처럼 보일 수 있지만 말마다 발의 상태와 움직임, 성향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매번 새로운 고민과 배움이 필요하다. 정해진 답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각 말에게 맞는 최적의 방법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큰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직업이다. 마사회에서는 장제아카데미를 매년 꾸준히 열고 있다. 장제에 대해 관심이 있다면 꼭 도전해 보길 권한다. 김선재: 인내심과 책임감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결과를 빨리 얻으려고 하기보다 작은 부분 하나하나를 정확하게 배우려는 마음이 중요하다. 장제는 경험이 쌓일수록 실력이 깊어지는 분야인 만큼 꾸준히 배우고 성장하려는 자세만 있다면 누구나 훌륭한 장제사가 될 수 있다. 대한민국 정책주간지 K-공감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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